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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순천 나들이_순천 메가박스

#1. 영화관

 

나는 영화관이 싫다.

원래 TV를 비롯해 영상물(?)을 빤히 보고 있는 행위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남들 만큼 영화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기분 따라 취향 따라 꼭 보고 싶은 영화는 몇 번이고 영화관을 찾아가서 감상함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이 싫은 이유는 다름 아닌 비매너 사람들 때문이다.

하필 운이 지독시리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간 평화롭게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영화를 보러 온건가 팝콘을 먹으러 온건가.

입에 마이크라도 달았나 쩝쩝쩝쩝쩝쩝쩝 팝콘먹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무엇이 영화 사운드고 효과음인지 분간 안가게 하던 옆 좌석 남자.

 

심야에 사람 몇 없다고 가족 안방 마냥 전세라도 내셨는지

이리저리 활개치는 아이들 내버려둔 채

덩달아 같이 수다떨며 시끄럽게 영화보는 가족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카톡으로 태양권 쏘시는 아주머니.

잠시 급한 일 때문이겠지 하고 있었는데 영화보는 내내 카톡 수다. 눈 너무 아팠다...

 

특히! 의자 등받이 발길질 하는 사람들!

한 두 번... 세 네 번 까지도 기꺼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 클라이막스를 달릴 때 까지도 계속해서 발길질을 한다.

조금만 조심해달라고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말했는데도

그 놈의 발은 왜 차꾸 등받이를 걷어차는건지.

심지어 팔걸이 사이로 꼬물꼬물 스멜 머금은 발이 삐집고 나와

결국 내 팔꿈치를 쳤을 땐 아....그 무개념녀.

 

이런 비매너들을 한 번의 예외없이 마주쳤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영화 티켓 꺼내다 아차 떨어뜨리고 왔나보다.

상대 하기 싫어서 그냥 참을 忍 백 번 새기고 불쾌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분을 삭힌다.

영화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영화관을 싫어한다.

 

그.런.데.

나에게 영화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준 곳이 있나니.

바로 순천 메가박스 !

 

엄마는 가끔 드라이브 겸사겸사 순천으로 한 시간 반을 달려가 순천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신다.

뭘 그렇게까지나 하세요, 라고 핀잔을 줬었는데

같이 한 번 보러 갔다가 그야말로 문화충격을 받았다.

요즘엔 워낙 시설이 좋은 영화관들이 많다지만 안 가봐서 모르겠고, 지금까지 내 생애 영화관 중에 최고였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햄킴에게 제안한 주말나들이.

순천에 영화보러 가자!

당연히 반응은 당황, 어이없음, 실소. "뭐!? 영화를 보러 순천까지 가자고?..."

 

뭐, 어찌되었든 우린 이미 남쪽을 향해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고,

진주에 들려 무미니와 나나도 픽업하여 바람도 쐬일 겸 함께 영화를 보자고 (독단적으로 결정) 했다.

 

 

 

#2. 순천 메가박스

 

위치 : 전라남도 순천시 충효로 15 칼라힐 아울렛(전라남도 순천시 덕암동 151 칼라힐 5층)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해광로 199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2139)

전화번호 : 1544-0070

홈페이지 : http://www.megabox.co.kr/

요금 : 일반2D영화관 로얄석의 경우, 평일에는 13000원이지만

         10시 이전 조조에 한해 1인당 6000원이다! 와웅

 

순천에는 메가박스 영화관이 2군데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덕암동에 위치한 영화관으로만 다녔는데, 신대점이 시설면에선 더 좋아보였다. 괜히.

 

혹시 스크린이나 사운드를 중요시한다면 이 영화관은 비추. (내 개인적으로는)

이 곳은 말 그대로 안락함이 +100인 곳이다. 음 집에서 호화스럽게 영화 감상하는 기분이랄까.

 

또한 조조를 보려면 미리미리 부지런히 예약을 해야한다.  

항상 조조만 예약해서 다른 시간대는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전 날, 그 전전 날에도 좌석이 없는 경우가 있다. 워낙 쪼그만해서...

우리는 전날 급히 정한 계획이라 부랴부랴 예매를 했는데, 가장자리 커플석 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난 솔직히 메가박스 서울에만 있고 다 망한 줄 알았다...ㅋㅋ

그만큼 건물 역시 오래되고 허름하다. 

멀리서 찾으려니 도통 안보이더니 거의 다와서야 저기저기저기!

 

똑똑한 네비 덕분에 쉽게 찾긴 했는데 똑똑한 네비를 끝까지 믿지 못하고...

주차장 들어가는 입구에 모텔 입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길래

순간 길 잘 못든 줄 알고 당황해서 차 빼고 난리.

 

맞으니까 좌회전 통로 통해 지하주차장 들어가면 된다.

주차장 IN, OUT 통로가 같으니 조심조심.

 

 

 

 

지하주차장 가운데쯤에 위치한 밖이 훤히 보이는 엘리베이터는 3층인가 4층까지 밖에 안 올라가는 데다가

영화관을 찾아가려면 뱅뱅 돌게 하므로 애초에 구석을 탐색해서 저런 입구를 찾으면

한방에 영화관까지 이동 가능하다.

 

 

 

 

이른 새벽부터 부랴부랴 챙겼더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건물이 워낙 소박해서(?) 게임장 같은 건 없는 줄 알았는데 게임장도 소박하게 있다.

한 사람 당 500원 두 개씩 손에 쥐어주며 딱 요만큼만 놀자, 했는데 충분했다.

오랜만에 게임장에 와서 놀아보니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재밌네.

다만 게임 요금 1회에 500원. 왜이리 비싸졌어.ㅠㅠ

 

적은 가짓수의 게임기들 중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두 녀석들

이 가벼운 놀이터에서조차 "둘 중 하나"라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무거워 보인다.... (귀여워...)

 

 

 

 

뭔가 정리 되지 못한 듯한 홀.

어수선하고 한적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관람석은 항상 꽉 찬다.ㅎㅎㅎ

 

 

 

 

짜잔. 영화관 좌석!  처음 딱 의자를 보는 순간 0.1초간 설마 안마의자..? 라고 생각했지만 빨리 정신 차렸다.ㅋㅋ

전동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등받이 발받침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거의 뭐 누워서 시청이 가능하다. 아주 편안하다.

 

더군다나 가죽시트가 적어도 천시트 보다는 깨끗하리라..

천 시트에 앉을 때마다 몸이 자꾸 근질근질 거리는 것 같았는데 정말 좋다.

나 같은 사람이 가죽시트를 도입했을까? ㅎㅎㅎㅎ

 

 

 

 

우리가 앉은 곳이 커플석인데, LED 조명(?)이 들어오는 칸막이가 있어 매우 프라이빗했다.

움직이고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시야에 안들어오니까 좀 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음 ㅠㅠ감격

조명은 설마 안 꺼주는 거 아닌가 하고 불안했는데 괜한 염려~ 센스있게 영화 시작할 때 꺼진다.

 

 

 

 

막내 나나는 양말까지 벗고, 담요도 챙기고, 머리도 편하게 묶고.. 제대로 터 잡는 중

팔걸이마다 충전이 가능한 usb허브가 있다.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게끔!

요즘 폰들은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하루 종일 수혈받고 있어야 하는데.. 사소하지만 참 배려심 있다.

 

 

 

 

이날 우리가 관람한 영화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이었는데

132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말정말 편안하게 감상했다.

다만 커플석에 처음 앉아보니 등받이를 최대로 눕혀서 볼 경우

프라이빗 칸막이 때문에 스크린 보는대에 좀 답답할 수도 있고

(스크린이 가려지는 건 아니라서 햄킴은 전혀 문제없고 되려 좋다고 했지만)

계단으로 누가 오르내리면 화면의 1/3이 가려진다. 그래서 앞으로는 구석에는 앉지말자고 합의. 

 

영화가 끝나고 영화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햄킴만은 처음 이 영화관을 접한 쇼킹함으로 한참이나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 앞으로 영화는 무조건 순천에서 보는거야!!!!"

나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가죽시트에 전동 리클라이너 좌석인 영화관이 몇 군데 더 있다.

괜히 미안 순천까지 가게 해서 ㅋㅋㅋㅋㅋ 이 참에 영화관 투어라도 해볼까 싶다.

 

 

 

#3. 순천 둘러보기

 

딱히 계획없이, 구체적인 목적지 없이 저질러지는 외출을 워낙에 좋아하는 햄킴과 나라서

이 날도 "음... 그냥 영화보고, 순천 둘러보지 뭐~ " 하며 느긋하게 핸들을 돌리고,

이런 우리가 익숙한 무미니와 나나도 그러려니~ 하고 차에서 느긋하게 밖을 바라본다.

 

마침 조조 영화를 보고 나면 딱 점심시간이라 허기진 배를 우선 든든히 하고 탐색을 계속하기로.

 

순천은 '발달 된 시골' 같달까?

높은 건물이 없고 눈을 돌리는 곳 마다 푸릇푸릇해서 마음이 편안하고 진정되었다.

 

그래서말인데, 도시락은 저런 곳에서 먹는게 좋을 것 같아! 라고 가리킨 곳은

버드나무가 흐드러진 하천변(?)이랄까 논둑이랄까..... ㅋㅋㅋㅋㅋㅋ

모무들 경악했지만 배가 고프니 토를 달고 싶지 않은 모양이라 기분좋게 발걸음을 일단은 옮기고 본다.

(나무 위에 고고히 내려앉은 백로와 그 위를 활강하는 왜가리가 포인트)

 

 

 

 

하천 징검다리를 건너고 보니, 요런 길 한가운데서 먹게 생겼다 ㅋㅋㅋ

 

 

 

 

아참, 깜박했는데 이 곳으로 오기 전에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난리법석을 떨었던지라

모두들 상당히 허기가 진 상태여서 그냥 철판 깔고 그 위에 돗자리를 폈다.

순천 시민이 보면 참 어이없을지도.... 쟤네 왜 길바닥에서 밥먹어. 라고

 

 

 

 

처음엔 저 멀리서 경운기나 트랙터라도 오면 어떡하나 싶어

밥이 코로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저 길 끝자락만 주시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바람이 살랑살랑 느껴지고

하늘을 빙빙 도는 제비가 보이고

노오랗게 익어가는 벼이삭과 갖가지 나무들, 심지어 여기저기 솟아난 잡초들 마저

참으로 고요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머무르고 있음을 알아채게 되었다.

이런 재미없는 곳이 싫을 법한 어리고 젊은 두 여동생들도 "아- 좋다." 라고 연신 되뇌었다.

 

정말 좋았다. 터무니 없이 하천 둑 길에 앉아서

밥, 김치, 계란, 김 소박한 도시락으로 조촐하게 끼니를 때웠는데도

불평하나 투정하나 없이 한적한 자연의 여유를 즐기고 느끼는 동생들도 참 이쁘고.

불청객일 것 같은 우리에게 편안하게 쉬고가라 하는 이 땅도 좋았고, 바람도 좋았고, 하늘도 좋았다.

 

 

 

 

 

그러고 보니 제비를 본 게 몇 년 만일까.

한 10살 쯤 이후로는 제비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제비가 낮게 날기라도 하면

"엄마엄마 제비가 낮게 날아 비올 것 같아요!! " 라고 했는데 요즘 애들은 아마 모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