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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임신과 육아

임신 초기증상? 임신 5주차!

#1. 2세없는 결혼 생활

 

결혼 후 1년 동안은 2세 계획이 없었다.

딱히 신혼이란 걸 염두한 건 아니고 서로에게 결혼생활 적응기간이 필요했고 어느정도 심신이 안정되길 바랐다.

그리고 2017년을 맞이하면서, 이제 슬슬 아이를 가져볼까 ~ 했는데

올해 1월, 남편이 부고환염과 정계정맥류에 걸려서 임신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통보 받았다. 헐......   

불임은 아니지만 아주아주 가능성이 낮다고.... 신혼이란 얘길 듣고 의사선생님도 말끝을 흐리셨다.ㅠㅠ

심지어 겨우 낫나 싶었는데 3개월 있으니 또 재발....

 

외할머니께서 "니맘대로 되는거 아니니까 까불지말고 그냥 열심히 노력해라잉" 하셨는데

설마 이런 난관이 생길줄이야.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그렇다.

농담반 진담반, 애 없이 우리 둘만을 위해 살자고 얘기하곤 했는데

막상 내 의지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못 가지게 된다 싶으니

갑자기 엄청 스트레스 받고 애가 타기 시작했다.

 

 

 

#2. 분명 임신인 것 같은데

 

신경도 안쓰던 생리주기를 체크해가며 남편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던 어느 날, 4월 중순쯤.

이상한 꿈을 꾸지 않나

갑자기 감기에 걸린 듯 미열에 시달리질 않나

게다가 Sophie 신년운세에서 4월 가족 중에 태기가 있다~라고 나왔어서

확신이 들었다! 느낌이 왔어! 

임신이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는데

기대와는 달리 꽝.... 에이.

테스트 시기가 좀 이른감이 있기에 일단 술과 약을 자제하고 몸을 조심히하며 지냄.

 

그렇게 2주가 흐른 뒤, 4월 말

생리예정일을 지나치기에 혹시..하며 다시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다.

엥 또 꽝...

이상하다... 진짜 임신인 것 같은데 아니네...

그제서야 단념하며 그날 회식에서 미친듯이 술 마시며 놀았다.

심지어 생리전증후군증상 (나의 경우 한 가지 음식에 미친듯이 꽂히고 생리통이 생리일주일 전부터 시작됨)나타나서 더욱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4월 월경 예정일을 넘기고 생리통 같은 통증만 장장 3주간 지속됨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임신테스트기가 두 번이나 아니라고 하니 애써 태연히 넘김.

신나게 자전거도 타고, 시댁에 가서 잔디심고 나무심고, 막걸리도 마시고, 스튜디오에서 액자앨범 열심히 나르고.

 

 

#3. 임신 증상

 

근데 저번 주부터 컨디션이 최악의 정점을 찍기 시작했다.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얼굴빛이 나빠짐

무엇보다 가슴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팠다.

옷깃만 스쳐도 아프고 팅팅 부은 내 가슴이 낯설게 보여.... ;;;

게다가 폭발적이었던 식욕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입맛이 뚝 떨어짐

뭔가는 먹고픈대 아무것도 먹기 싫은?... 세상에 이런 일이 ㅋㅋ

무기력함이 심각해져서 집안일을 내팽개쳤고, 일 안나가는 날에는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남편이 알아서 아침 챙겨먹고, 점심 도시락 싸가면서 내 점심까지 차려놓고, 퇴근해서 저녁 차려주고 설거지 다하고...;

주말에 시부모님께서 연락없이 잠깐 오셨는데 집이 난장판이라 안으로 모시지 못하고 돌려보냄....

도저히 내 사전에 납득안되는 일들이지만, 왜인지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하는 것 없이 피곤하고 미약한 몸살처럼 온 몸이 뻑쩍지근하고 쑤셨다.

잠은 또 어찌나 오는지 불면증이 일상인 내가 밤 11시가 넘으면 정신없이 잠듦.. 심지어 낮잠도 걸핏하면 잠..

내가 미쳤나... 왜 이러지...

 

그러다 4일 전

아랫배라고도 할 수 없는 아주 정중앙 깊숙한 뱃속에서 콕!퐉!끄아악! 미친듯한 고통과 함께 고꾸라졌다.

식은 땀을 흘리며 배를 부여잡고 숨도 못쉬면서 컥컥거렸다.

응급실을 가야하나 어쩌나 하면서 한 10여분 있으니 격한 통증은 사라졌으나

그 날부터 배가 우리우리한게 뻐근하고 아파서 움직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나한테 큰일이 생겼나? 불현듯 공포감이 엄습하여 어제 큰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았는데....

 

 

 

#4. 뜻밖의 선물

 

임신이었다.

5주차...

헐.

 

"임신이시네요. 축하드려요."

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네?! 임신이라구요!? 제가요!?" 반문만 몇 번 했는지...

 

4월 26일 임신테스트기 음성확인

5월 15일 산부인과 임신테스트기 양성, 초음파 5주차 3일 확인.

띠용....

 

임신은 당연히 아닐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난임이 예상되는 남편의 건강과 우리 형편을 고려하여

스트레스 받을 것 없이 2세 없이 우리끼리 잘 살아보자며 진지하게 남편과 얘기하고 있던 요즘이었기에

더더욱 뜻밖의 소식이었다.

 

2.2cm도 아니고 2.2mm...

콩알보다도 더 작은 존재에게서 깜박깜박 심장 뛰는 것이 보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난임의 확률을 뚫고,

심지어 내가 그렇게 무식하게 지냈는데

용케 자리잡고 열심히 버티고 있었구나. 너 정말 용하구나.

 

배가 아팠던 건

태아를 위해 영양주머니 같은 혹이 생기는데 그게 터져서 그런 거라고.

뭐 그 문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그로 인한 출혈이 고여있긴 한데 괜찮다고 했다.

다시 천천히 흡수되는데 앞으로 한 일주일 정도 걸릴 거고 그 때까지 배가 계속 아플 거란다.

 

일단 초음파상 문제는 없어서 안도하긴 했는데

그 전에도 장장 3주간 배가 계속 아파왔었기에 혹시 유산되는게 아닐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그냥 푹 쉬고 잘 먹어야지

 

 

#5. 주변의 반응

 

나의 임신 소식에 예상 밖의 사람들이 대단히 축하해주었다.

 

되려 시댁의 반응이 얼떨떨.

찾아뵐때마다 엄청 눈치를 주셨기에 소식을 전하는 순간 우리가 더 기쁘고 떨렸건만

막상 덤덤하게 "축하한다. 몸조심하거라." 차분하게 두마디 건네셔서 남편과 내가 더 당황 ㅋㅋㅋ

 

반전으로, 친정 엄마는 "뭐!? 정말!? 꺄아~~~!!!!! 정말 축하한다!!! 다행이다!! 너무 좋다!!!!!!" 소리를 지르며 좋아해주었고

자매들도 저마다 난리법석 호들갑을 떨며 축하해주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다들 말은 안 했지만 2세를 고대했나보다. 무지무지 걱정 했는데 기쁘다고들.

Sophie는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이모가 됐다며 자랑을 했단다.ㅋㅋㅋ 팔불출 이모 예약이요~ㅋㅋㅋ

 

소식을 들은 쭈참치가 제일 발빠르게 축하의 기프티콘을 쏴주고

Sophie는 퇴근하자마자 임신육아 대백과 서적을 주문하여 택배로 보냈다. 이 커플은 행동력이 짱이야....ㅋㅋㅋ

 

친구 중, 나와 비슷한 때에 결혼해서 함께 난임을 고민하던 친구가 있다.

아직도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할 친구 생각에 괜시리 미안해서 소식 전하기가 머뭇거려졌는데

전화까지와서 자기일마냥 기쁘다고 축하해주어 눈물이 글썽거렸다.

 

남편은 임신 사실을 알고 길거리에서 소리치며 난리가 났다.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더니 내가 너무 장하다며 뽀뽀세례.

원래도 남편이 잘하긴 했지만 난 갑작스레 공주님처럼 모셔졌다... 이럴 수가.... 이것이 그 유명한 임산부 특혜인가요.

 

 

#6. 감사

 

뭐지 이 분위기... ㅋㅋ

이렇게 축복받을 일이구나....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해 준 가족들과 주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간혹 비난 속에서 임신하여 힘들어하는 지인들을 보면서

축복받지 못하는 임신은 절대 하지말아야지 했는데,

이렇게 적절한 시기에, 귀하게 와준 우리 아기에게 너무 고맙다.

 

아직 철 없는 내가 엄마가 될거란 생각에 덜컥 겁도 나고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이미 어설프고 헛점투성이인 것 같아 걱정되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잘해내리라 믿는다. (덜덜)

 

얼마나 네가 사랑받고 축복받는지 내가 하나하나 기록할게.

그리고 얼마나 네가 나를 기쁘고, 또 힘들게 하는지도 ㅋㅋ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