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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임신과 육아

임신 증상 입덧, 고통의 서막

#1. 입덧 시기는 사람마다


입덧은 보통 임신 2개월 쯤 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나는 3주?... 그때부터 이미 속이 이상하고 자꾸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계속 꾹 참고 참고 또 참고 있었다.

5주차 접어드니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계속 트림 해대고..

점점 음식 먹기를 거부....

내가 왜 이러지? 하던 찰나 임신 사실을 알고 아 이게 입덧이구나 하고 인지함...

 

너무 이르게 입덧을 시작해서 내가 유별난가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친정엄마는 임신하는 그 순간부터 출산할 때까지 입덧 하셨다고.......... 헐...

 

 

 

#2. 입덧의 고통

 

뭐 가슴이 두근거리고, 열이 나고, 배가 아픈 것 등등 보다 지금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입덧이다. 

내가 너무 괴로워하니 남편이 열심히 인터넷에서 뒤져보다가 물어봤다.

입덧이 숙취해소 되지 않은 그런 기분이라는데, 그런거야?

 

오오 누구야! 그런 적절한 표현을 한 사람이....ㅋㅋㅋㅋ

 

적어도 난 그러했다.

빈 속에 맥주+소주+막걸리+양주 섞어 풀코스 한 뒤 

 

다음 날 숙취해소 되지 않는 그 고통! 울렁거림, 어지러움, 구역질, 메스꺼움, 답답함.

내가 어지간해서 통증에 그러려니 하는 사람인데

이건 통증과는 좀 다른 개념 ㅠㅠ

몸도 못 가누겠고 좀비처럼 방바닥을 기어다니는데...덜컥덜컥 서럽고 짜증나서 엉엉 울기도 함

구역질 할 땐 변기통에 머리박고 그냥 잠들고 싶고...

 

 

입덧도 입덧인데 어찌나 냄새에 예민해지고 특정 맛에 미각이 발달하는지

냉장고 문 열기가 싫어서 남편한테 부탁하기 일쑤고...주방에 서 본지 몇 만년은 된 것 같아.

도통 음식들의 맛이 예전과 달리 느껴져서

입덧인지 몰랐을 때는 내가 좋아하던 맛집들마다 변했다면서

이제 다시 오지말자고 분노하고 막 그랬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먼 식당만 탓했네 ㅋㅋㅋㅋ

 

 

입도 짧아졌다. 짧아졌다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워낙 양껏 먹는 스타일이어서 크게 대조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뭐든 한두입이 최선이다.ㅠㅠ

 

식욕을 잃으니 얼마나 삶의 낙이 없던지.....

한동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거, 맛있을 것 같은 것만 인터넷에서 자꾸자꾸 찾아봤음

그러다 갑자기 필이 꽂혀서

쫄면 먹자! 돈가스 먹자! 아이스크림 먹자! 뭐 먹자 뭐 먹자 해놓고

막상 남편이 헐레벌떡 사오면 한입먹고 "안 먹을래" 시전하게 됨 ㅠㅠ

남편 괴롭히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첫 한입은 기억속의 맛 기대하며 맛있게 앙 먹다가도 속에서 반대일세! 하고 외치기 때문.

 

그래도 초반에는 쌈장에 오이 찍어먹고, 엄마가 한솥 끓여 준 미역국에 밥 말아 먹으니 조금이나마 넘어가더라니....

임신 7-8주차를 접어드니 더 심각해짐...

억지로 꾸역꾸역 먹는 거라곤 토마토 한 개.... 빵 한두 조각이 하루의 전부

그마저도 안 넘어가면 그냥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는 고통을 느끼며 공복인 상태로 방치하게 된다.

 

 

 

#3. 입덧 완화 방법?

 

입덧으로 인한 컨디션 저조는 아침과 밤에 제일 심한 것 같다.

입덧은 공복에 더 심한 거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뭘 좀 간단하게 먹으라는데

먹혀야 말이지...

 

보리차를 얼려서 입에 물고 있어도 좀 낫다는데 웩웩 할 땐 입에 뭐 물고 있을 수도 없음....

 

그나마 좀 도움이 되었던 건 발 마사지!!

 

난데없이 한밤 중에 구역질을 해대서 남편도 나도 혼비백산이 되었는데

언젠가 산모수첩에서 발 지압마사지를 봤던 기억이 나서

죽어가는 목소리로 남편한테 "산모수첩... 발마사지..."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한 십여분간 발마사지를 꼭꼭 해주니 정신적으로 진정되고, 속도 좀 가라 앉았다.

 

출처: 미즈여성병원 산모수첩

 

 

 

#4. 입덧 중 억지로 먹지 말자.

 

무슨 유투브 영상을 보니 어떤 산모가 토하고 또 토하더라도 먹어야 한다면서 그러던데... 난 반댈세.

아니 세상에 먹고토하고 먹고토하는 일이 얼마나 몸에 무리가 가고 엄청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도리도리.

그렇게 심신의 스트레스 받을 바에야 넘어갈 때 조금씩 먹는 게 낫다.

심하다 싶으면 병원을 찾아서 진단 받고, 필요에 따라 수액 맞으면 되는 거고...

주위 사람들도 아기를 위해서 억지로라도 먹으라는데 

초기에는 엄마가 먹는 영양분이 손톱만큼 아기한테 간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있는 것이 좋겠다.

 

게다가 나는 4월 한 달 만에 이유없이 5kg 쪘었던 터라....

입덧 때문에 단기간에 6kg나 빠졌음에도 위화감이 없었음 ㅋㅋㅋㅋㅋ

이럴려고 살이 쪘나. 이 현명한 세포들 같으니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어지럽고 현기증 나서 도통 움직이질 못하니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어서

의사샘한테 살도 빠지고 이래저래 힘들고 죽겠다며 비타민이라도 먹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의사샘 왈,

"검사결과 보면 다 정상이어서 어지럽고 현기증 나는 것도 그냥 임신 증상입니다. 비타민 먹는다고 호전되는거 없어요.

그리고 살 빠져도 괜찮아요~ 찌지만 마세요." 라고 하심 ㅋㅋㅋㅋㅋ

 

보건소에서 한 산전검사와, 산부인과에서 추가로 한 혈액검사가 너무너무너~~무 정상적이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힝ㅋㅋㅋ

그래서 마음을 좀 놓고, 먹어야 한다는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니 스트레스 덜 받고 좋음.

다만 비타민D가 10.3ng으로.. 중증결핍 커트라인이라..(민망) 햇볕 쬐는걸로는 안되고 비타민을 먹어야 한대서

엽산과 비타민D 2000IU 두개 챙겨 먹고 있다.

 

 

 

 

 

 

#5. 여러 음식 시도해보기

 

그래도...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는 말이 있을만큼

인간에게 먹는 건 너무 위대하고 중요한 행위다.

하루종일 저렇게만 먹자니 힘들고 서글프고 무기력하다. 진심.

더군다나 워낙 먹는게 없으니 변비까지 오려는 듯 하여

식겁하고 단백질과 칼슘 섬유질 위주로 먹어보려고 나름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는 편인데

왜. 어째서. 그토록 좋아하던 계란, 닭은 입에 넣었다하면 역한걸까 ㅠㅠ

두부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이를 우째 ㅠㅠ

견과류도 좋다고 해서 챙겨먹으려고 해봤는데 아무리 씹어도 목구멍 뒤로 넘어가지않고 결국 뱉어내게 됨 

 

게다가 임산부 먹지말라고 하는게 뭐 그리 많은지

먹으려다가도 흠칫하며 "임산부 치즈", "임산부 파인애플", "임산부 우유" "임산부 팥" 등등

"임산부 OOO" 인터넷 검색을 달고 살게 됨.

가급적 그냥 참고만 하는 것이고, 뭐 먹는다고 해서 당장 큰일날 건 아니지만

되도록 그냥 좋은 것만 먹으려는 노력이지 뭐..

 

알콜, 날 것(회), 짠 음식, 탄산음료, 커피, 초콜렛, 라면, 곰팡이 숙성 치즈류 등은 유의하며 안 먹고 있고,

그 외에는 일단 먹어보는 편.

자궁을 수축하게 한다느니, 속을 차게 해서 안 좋다느니, 유산하게 한다느니....이런저런 것들은 과하게 안 먹으면 되지 싶다.

어떤 산모는 라면만 겨우 먹혀서 임신한 내내 라면만 먹었다는데 애기 튼튼하게 잘 낳았다고 한다.

물론 그저 한 사례일 뿐이고 그게 좋으리란 건 아닌데,

그만큼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란 거다.

그러다보면 다른 것보다 좀 거부감이 덜하고 잘 먹히는 걸 찾게 됨!

 

        

 

#6. 주변의 따뜻한 배려, 긍정적인 사고!

 

무엇보다 입덧은 혼자 견딜게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이해해주고 도와줘야 하는 듯 ㅠㅠ

내 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힘든 것도 있지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모든게 내 맘 같지 않아 더욱 스트레스다.

그래서 더 예민하고 무기력한데 .. 이때 옆의 사람들의 배려마저 없으면 진짜 폭발할 것 같다.

 

나는 특히 남편의 응원과 도움이 많은 힘이 되었다.

가뜩이나 이 지역에 연고라고는 오로지 우리 부부 둘 뿐이라 더 그랬겠지만.

남편은 1-2시간 더 일찍 출근해서 내 업무도 미리 해놔 주고 온 집안일이며 내 약들도 남편이 일일이 챙겨준다.

새벽의 갑작스런 입덧에 그 잠만보가 벌떡 일어나 땀을 뻘뻘 흘리며 이래저래 진을 빼고도

잠들기 전에 배 쓰담쓰담 해주며 "열무야~ 아빠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 보면 ㅋㅋㅋ

힘들어서 글썽글썽하다가도 참아보려하고 긍정적으로 애써 이겨내려 노력하는 등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

 

 

 

휴.. 그래도 다들 뱃속에 있을때가 살만하지

애기 낳으면 더이상 사람 사는게 아니라고들 하는데 ㅋㅋㅋㅋ

열무 이 녀석! 그래도 말이야!

너를 만나기 위해 엄마 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넌 부디 건강하고 씩씩하게 태어나기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