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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반려조와 동거일기

피코 토토와의 처음

#1. 애완 동물?

 

엄마는 애완동물 기르는 것을 싫어하신다.

"동물한테 줄 정성과 사랑이 있으면 사람에게나 쏟아라" 라고 하면서 완강히 반대하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지니가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한.. 3일 겨우 지내고는 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시골 할머니댁에 보내졌다.

조로, 라는 이름을 가진 그 까맣고 작은 강아지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서 아이컨텍트가 잘 되고 영리하기까지 해서

그새 정이 많이 들었는데 할머니댁에 보내져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평소라면 가기 싫다고 떼 쓸 것을, 주말만 되면 먼저 할머니 댁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요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놀아줄 사람 하나 없어 심심했는지 툭하면 산에 올라가 혼자 놀던 조로.

할머니 댁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조로!!!"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

어느새 짠! 하고 나타나서는 미친 듯이 달려와 내품에 와락 안기던 녀석.

온 힘을 다해 내게 뛰어오던 그 작은 몸짓, 그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다.

원래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라 더욱 그랬는지 어쨌는지.

아마도 그 때부터 동물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있구나.라고 느낀 것 같다.

 

서로 다른 생김새에 말도 통하지 않는,

인간에 비하면 더욱 연약하고 별 볼일 없는 생명력을 가진 얘네들이

나와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한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그 때부터 동물들을 유독 좋아라 했는데.

특히 새가 참 이뻐보였다.

그 조그마한 몸으로 자기들만의 세상 속에서 짹짹짹짹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도 할까.

길거리의 조류원을 지나칠때면 한 참 멍~바라보고 통하지도 않을 말을 건네기도 했다.

 

 

 

#2. 피코와의 인연

 

그 날도 어버이날을 맞아 거한 상차림을 준비하느라고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디서 짹짹 소리가 나서 둘러보니 수족관+조류원이 있었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네, 하며 들어가 구경 좀 해도 되냐고 양해를 구했다.

 

입양할 생각도 없었으면서 귀엽다 예쁘다 얘네는 얼마에요, 쟤는 얼마에요.

조류원 가게 아저씨는 우리가 시덥잖은 손님이란 것을 진작에 알아채고는

시큰둥 시큰둥 대답했고, 우리도 오래 머물지 않고 이내 나오려는데

문득 저~기 우두커니 앉아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다른 새들은 불청객인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거나 부산한데

어두운 구석 한 켠에 놓인 새장 속에서 미동도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 얘는 뭐에요?"

"왕광앵무새요"

"왕관.. 앵무새라구요... "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 녀석.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표정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기는 처음이었다.

입양가를 물어보긴 했지만,

졸업논문 때문에 온종일 집에 쳐박혀 있던 내게 그런 돈이 있을리 없거니와

입에 거품물고 쓰러지실 엄마를 생각하며 (그 다음날은 어버이날이었으니)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에도 자꾸 자꾸 생각나는 그 눈.

 

그렇다 그 아이가 피코.

 

 

결국은 햄킴이 금전으로 도와주고 Sophie가 말리지 않고 침묵을 지켜준 덕분에

가던 발걸음을 돌려 피코를 데려왔다.

(그 이후로 엄마랑 피터지게 싸웠음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냥 멀뚱멀뚱 멀리서 바라보는거나 잘했지

새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쥐뿔도 없었던 주제에

첫눈에 반해 무턱대고 데려와버렸던, 인생 최대의 실수이자

두번 세번 그 순간이 다시 와도 똑같이 하게될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2012년 5월 4일 저질러 버렸다.

 

 

 

#3. 토토와의 만남

 

이윽고 같은 해 12월,

피코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눈보라를 뚫고 한 녀석을 더 데리고 왔다.

이름은 토토.

 

 

 

 

어느새 만 3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보니 조금은 나태해지고 익숙해진 것 들 투성이.

사진첩에는 정리 못한 사진들이 수두룩하다.

 

 

 

 

처음에 올 때는 마냥 아기같은 얼굴들을 하고 있었는데

이젠 제법 어른스러운 표정이 묻어난다.

 

세월이 하루하루 흘러감에 왠지 모를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래서.

지난 3년 간의 추억들을 되짚어 보며 정리하고,

앞으로 동거동락하며 차곡차곡 쌓아가게 될 새로운 이야기까지

블로그를 통해 기록해보려고 한다.

 

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피코 토토가 응원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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