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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동차유럽여행

자동차로 떠나는 가족 유럽 여행_00 시작

#1. 계기

 

1년 전 Sophie와의 사소한 대화에서 유럽 여행에 대한 나의 막연한 꿈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평소, 국내도 제대로 못 다녀봤는데 무슨 해외 여행이야 하며 대한민국 벗어나는 것을 남 일 같이 여겼지만

유럽 만큼은 혼자서든, 신혼여행이든, 황혼여행이든 어떤 이유든 꼭 한 번은 가보리라 했었다.
그래서인지 때때로 유럽 어딘가에 서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하곤 하는데

특히 파리의 한 광장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우리 자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하지만 그저 생각만으로 무심히 흘러보낸 세월은 어느새 서른을 내다보고 있었고,

그렇다고 당장 행동에 옮길 돈도, 시간도.. 용기도 없었다.

 

"나이 차면 곧 결혼도 해야 할테고, 엄마도 더 늙으시면..함께 갈 기회가 없겠다.아쉽다..." 는 푸념 밖에.

 

Sophie는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자! 가면 되잖아! 1년 뒤에!"
.... 응?

 

 

 

#2. 반대

 

이렇게 시작 된 꿈 같은 이야기를 가족들을 불러모아 한 번 더 꺼내보았다.

둘째 동생 무미니는 급화색, 막내 동생 나나는 무덤덤,

엄마는... 결사반대.

엄마는 나보다 해외 여행의 필요성(?)을 격렬히 부정하시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인원이 인원인지라 금액이 천 만원 단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니.. 살아생전 그 꼴을 못 보시겠다고...

그렇게 가고 싶으면 너희들끼리 다녀오라고.

워낙 완고하시니 할 수 없이 그럼 자매 끼리라도 가자고 했는데

이번에는 무미니가 두 손 들고 반대했다. 엄마 절대 두고 갈 수 없어!!!!!!

 

둘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기에 설득을 중단하고 방으로 돌아와 속만 끙끙 앓았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걸까 주눅 들어가는데

Sophie가 속삭였다. "걱정마, 엄마께 해외 여행의 동기를 만들어 드리겠어"

 

 

 

#3. 공략

 

Sophie가 꺼낸 비장의 카드는 대만 여행이었다.

Sophie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해외 여행 경험이 없는데다가

처음부터 스케일이 큰 여행으로 떠나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많을 것이니

워밍업으로 가까운 곳을 다녀와보는 것이 좋기도 하고,

대만 여행에서 해외 여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서 유럽 여행에 대한 반감을 없애자는 것.

6개월 뒤 대만 여행을 다녀와 반응이 좋다면 그로부터 1년 후 다 함께 유럽을 가고,

여전히 반대한다면 쿨하게 Sophie와 나 둘이서 여행을 다녀오자는 거다.

 

괜찮은 제안이었다.

Sophie는 사비를 털어 4박5일 대만 자유여행을 계획했고,

덕분에 우리 가족 다섯 명은 성공적인 첫 해외 여행을 추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만 여행의 추억이 아련해질 때쯤,

엄마께서 툭, 말씀을 건네셨다. "유럽 정말 갈거야?"

 

" !!!!!!!!!!!!!! 네 엄마!! 당연히 가죠!! 1년 뒤에 갑니다.!!"

Sophie, 넌 천재야!!!

 

 

 

#4. 동행

 

해외 여행을 여기저기 다녀 본 Sophie도 유럽은 처음이고,

대만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에 각자 역할 분담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Sophie와 나 둘이서 모든 걸 케어하게 될 것 같다.(ㅠㅠ)

게다가 안전 민감증인 나......

여자끼리 낯선 곳에서 좋지 않은 일이라도 겪으면 어떡하나 싶어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했다.

Sophie는 쭈참치에게, 그리고 나는 햄킴에게. 매력적인 해외 여행을 제안하며 악마의 유혹을.

 

결국,

2016년 2월, 장장 7명이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