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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임신과 육아

임신 17주, 성별 확인했어요.

#1. 공주님일까 왕자님일까?

 

임신 소식을 알게 된 그날 부터

가족들과 우리 부부의 관심은 자연스레 태아의 성별로 향했다.

아직 유아용품 살 생각도 없지만.. 왜그리 궁금한지 ㅋㅋㅋㅋㅋㅋㅋ 

 

동생들이 자꾸

이모이모 하는 열무 꿈을 꿨는데 잘생긴 아들이었다며 얘기하고..
분홍 or 보라 두 가지 색상 중 랜덤으로 주어지는 산모수첩이...

하필 내 것은 보라색이고...
입덧하면서부터 고기는 입도 못 대고 주구장창 과일로 연명하고..
배가 볼록하니 옆으로 퍼지니 등등

이런 저런 속설과 가설로 필시 열무는 아들이네 딸이네 하며 열띤 토론을 함 ㅋㅋㅋ

 

난 딸만 넷인 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남자가 낯설고

동생들 태어났을 때도 내가 천기저귀 빨래하고 젖병 물리고

놀러 놀이터 갈때도 업어다가 다니는 등 (나 초등학교 3학년이었음) 얼마나 이뻐하며 키웠던지
이번에도 당연하게 내심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도 천상 딸바보 스타일이라 ㅋㅋㅋ 두말하면 잔소리.

그렇게 첫 아이는 딸이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2. 태아의 성별은 누가 정하나.

 

아들 선호가 강했던 옛날 이야기 들어보면 딸 낳는 며느리는 죄인이었다.
아니, 그리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지.

우리 엄마도 아들 낳으려다 딸을 넷이나 낳으셨으니... ㅋㅋㅋ

 

당시엔 아빠와 할머니 눈치를 그렇게 보셨단다.
(물론 요즘엔 딸이 좋다하여, 딸 넷인 엄마를 주변에서 그렇게들 부러워하지만 ㅋㅋㅋ)

아무래도 아기를 열달동안 품고 있는 것이 여자인지라

아들이냐 딸이냐로 구박받고 사랑받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다행히도 태아의 성별은 남자의 정자에 따르는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많은 여자들이 드디어 아기의 성별에 대한 책임감(?)에서 해방되었다.

 

여자의 난자는 x, 남자의 정자는 x 혹은 y 이므로

난자와 만나는 정자가

x염색체면 xx가 되어 딸이고,

y염색체면 xy가 되어 아들이 되는 것.

 

나 역시, 딸을 기다리는 남편에게
"자기가 아들 딸 정하는 거야!! 당신 책임이야~ 나중에 나한테 뭐라하지마."
하고서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정자가 살아남는 여자의 자궁 속 환경 역시 무시할 수 없으므로
결국은 엄마 아빠 두 사람이 함께 성별을 결정짓는다고 보는게 맞겠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는 누구 한명의 역할이 큰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이루어낸 결실인 것.

 

 

 

#3. 임신 성별 확인 각도법?

 

우리 열무 12주 초음파.

굳이 내가 이거야 라고 가리키지 않아도 아주 정확하게 보이는 저것... 열무의 생식기.

 

 

 

초음파로 생식기를 본 순간 헉 아들인가.. 하고 얼음 되었는데

의사선생님이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니 저렇게 떡하니 있는데 어떻게 알 수 없나 했는데

태아 생식기는 여자나 남자나 처음엔 튀어나와 있다가 점점 그 모양이 달라진다고 한다.

오.. 나도 몰랐던 사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주차별 태아 생식기 변화 사진.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다.

 

아무튼 4개월 쯤 되어야 비로소 성별에 따른 생식기가 갖추어져 확인이 가능한데,

사람 심리가...

초음파로 뭐라도 보이면 혹시나 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해 짐 ㅋㅋㅋ

오죽하면 인터넷 검색어로 "임신 12주 성별" 이 그렇게 많을까 ㅋㅋ

나도 완전완전 궁금했고 ㅠㅠ

 

그래서 말들이 많은게 생식기 각도법이다. ㅋㅋㅋㅋ

척추와 생식기의 각도를 보고 30도 이상이면 아들이고, 수평에 가까우면 딸이라는 것.

 

우리 열무는.. 음. 글쎄.

각도법 설명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막상 초음파를 보면 긴가민가 뭔가 잘 모르겠고 ㅋㅋ

애초에 각도법이 얼마나 신뢰성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고...

속설이라 여기며 웃으며 넘어갔다.

그저 빨리 한달이 지나가길 바라며...

 

(성별을 알게 된 지금도 초음파를 아무리 뚫어져라 본들 각도법에 대해선 알쏭달쏭 ㅋㅋ)

 

 

 

#4. 그래서 우리 열무는 !?

 

원래는 16주에 갔어야 하는데 여름휴가 기간이라 한 주를 더 끙끙 앓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은, 2017년 7월 31일.

모두의 예상대로...

왕자님었다.^^

우리 열무가 "나 아들입니다!" 하고 분명하게, 확실히! 보여주었다. ㅋㅋㅋㅋㅋㅋ

 

 

하도 주변에서 아들일 것 같다고 해서...

아닐거야, 아냐, 아직 확신할 수 없어, 모르는 일이야...라고 스스로 되뇌었지만

실은 이미 진작에 맘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 ㅋㅋ

 

열무가 아들이란 얘기에

딸만 넷 낳은 친정 엄마는 대놓고 엄청 좋아라 하시고 ㅋㅋㅋ

시댁은 딸이든 아들이든 좋고싫고를 티내실 분들이 아니긴 하나

그래도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으로 보아 첫째가 아들인 걸 내심 반기시는 것 같다.

그 외 주변 어르신들도 하나같이 첫 애가 아들이라니 아주아주 좋아하심... ㅋ

 

나도 처음엔 그저 딸이기를 바랐지만, 막상 아들이라고 듣고 난 후부터
아들인 열무를 상상하면서 나도 모르게 설렘ㅋ 

나와는 다른 성별, 하지만 또 남편과는 다르겠지

그래서 조금은 두렵고, 또 조금은 궁금하고... ㅋㅋ

가끔 허무맹랑한 꿈도 꿈 ㅋㅋ 아들하고 남편사이에서 공주 대접 받으면서 살려나... 김칫국 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 역시 여기저기 눈에 띄는 남자 아이들을 보며

우리 열무도 이럴까 저럴까하며 웃음짓고
아들의 아버지로서 그려지는 미래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더라.

목욕탕도 같이 가고 농구도 같이 하고 어쩌고 저쩌고.ㅋㅋㅋ

이렇다보니 나중엔 되려 열무가 딸이었으면 섭섭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ㅋ

 

물론 둘째는 꼭 딸이었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 넷인 친정 엄마가, 같은 여자로서 너무너무너무 부러움.

우리 딸들이 엄마께 잘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긴하지만^^;

 

엄마가 태명부터가 왠지 아들같다고, 태명을 그리 지어서 그렇다 하시길래

에이 무슨 태명 때문이야 하면서도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랑 둘째 태명을 고민하며 벌써부터 지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하야 둘째 태명은 열매!!

좀 딸래미 같은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남편 왈

"이렇게 임신으로 고생하면서도 둘째가 갖고 싶어?"

 

그러게... 임신하고서 허구헌날 맨날 징징대는 주제에 감히 둘째도 생각하고... 대단하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