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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임신과 육아

임신 증상! 변비

#1.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

 

임신 후 찾아온 내 몸의 변화들...

 

3주 만에 10키로그램이나 감량시켜버린 입덧을 최고봉으로 하여

하루 종일 지속되는 두통.. 현기증.. 어지럼.. 귀먹먹함.. 배통증..

열에 시달림.. 컨트롤 되지 않는 감정변화..

 

문득문득 밑도 끝도 없이 서럽고 슬프고 힘들어 엉엉 울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먹은 게 없어 힘도 없고 무기력하여 집안 일은 물론 태교니 뭐니 신경 쓸 새도 없고...

이 모든 게 약 4개월 정도 지속되니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지쳐가는 와중에 더 굳세어지고 단단해져가는 무언가가 있으니.

그게 바로 "엄마"의 마음가짐 인가보다.

 

한 생명을 품어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걸 받아들이고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그러려니... 했다.

 

앞으로의 일들이 얼마나 고되고 험난할 것인데

고작 지금 여기서 징징대고 있을 것인가...

 

게다가 내가 원래 좀 예민하기도 해서

임신 증상들이 주위 경험자들에 비해 유별난 것도 왠지 납득가고...ㅋㅋㅋ

어쩌겠나 으쌰으쌰 힘을 내야지!

우리 열무가 튼튼하게 자라는 과정인데.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헉!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나를 헉! 하게 하는 임신 증상이 있으니..

바로...

변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변비때문에 내가 이렇게 절규하고 슬퍼할 날이 올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런 얘기를 적게 되어 좀 껄끄럽지만 

먹고 자고 배출하는 것이 삶의 가장 기본인 3대 욕구지 않은가.

가뜩이나 그동안 먹고 자는 일이 잘 안되었는데

배출마저 문제가 생기니 진짜 사람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원래 장이 튼튼한 편도 아니고,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임신 후 화장실 가는 일이 드물었어도 별 신경을 안썼는데

문득 복부팽만과 복부통증이 심해짐.

응? 왜 이러지?

벌써 배가 이렇게나 불러올리 없다며 무심코 달력을 보는데

자그마치 3주째 화장실을 안 갔더라.. 헉. 


복부팽만은 점점 심각해져 만지면 터질 것 같이 탱탱해져서는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면 배가 아파... 잠도 제대로 못 잠 ㅠㅠ

 

그러다 결정적으로 화장실에서 지옥을 맛 보았다.

고3때 이후로 오랜만이다. 하지만 그 때보다 더 심각했다... ㅋㅋㅋ

이게 진정 변비구나.

 

탈진으로 119 실려갈 뻔.

 

배에 힘을 줄 수도 없어서 더욱 괴로운 시간 ㅠㅠ
배를 움켜지고 새하얗게 질려서 화장실을 기어나오는 나를 보고 남편도 너무 놀람 ㅋㅋ

 

남편과 폭풍 검색을 했더니
많은 임산부들이 변비로 전쟁을 치르고 있더라...

엽산 먹으랴, 입덧 때문에 먹는 것도 없으랴 하니

변비가 안 올래야 안 올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변비가 심하니 자칫 치질까지 오려는 것 같아 심장이 쪼그라듬 ㅠㅠ

 

 

 

#3. 임신 중 변비 해결을 위한 노력

 

내 상태도 내 상태지만 혹시 변비로 인해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그 다음날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께 폭풍 잔소리 들음... 노력을 해야합니다!! 하고...


안일하긴 했지... 임신하면 변비 생긴다고 듣긴했어도 이정도일 줄은ㅠㅠ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 때 변비로 인한 끔찍한 경험담(?)을 듣고 절망에 빠짐ㅋㅋㅋㅋ

숟가락으로... 파냈다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 일만은 정말 피하고 싶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어찌되었건, 변비가 심한 상태라 임산부에게 안전한 변비약이라며 마그밀을 처방 받긴했는데
변비에 대처하여 노력한 게 전혀 없는 상황에서 괜히 약에 의존하고 싶진 않았고
다행히도 변비는 태아와 상관없어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셔서

변비약은 마지막 수단으로 보류!

 

남편은 부풀어오르는 내 배를 보며 "오늘은 변비약 먹자",

나는 "하루만 더 하루만 더 있어보자..." 하면서 변비를 해결하고자 노력함.ㅋㅋㅋ

 

첫번째, 전투적으로 챙겨 먹고 매일 산책을 함

그래봤자 입덧 때문에 대단히 잘 먹을 수도 없었고, 힘이 없어 잘 걷지도 못했지만 아무튼 간에 노력함.

물도 의식해서 많이 마시고... 바나나, 섬유질 채소와 해조류, 요구르트.. 챙겨먹음.

하지만 이런 건 이미 심각해진 상황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배만 더 꿀렁꿀렁 미친 듯이 아픔.

 

두번째, 유산균을 열심히 챙겨먹음. 하지만 소식 없음. 가스는 엄청 차는 듯.

세번째, 마지막으로 푸룬주스를 마셔보기로 함.

푸룬주스가 뭔가 했더니 건자두를 주스로 만든거다.

차게 해서 마시는게 더 잘 넘어가더라.

180ml 를 아침 공복에 마심.

반신반의였는데 숙변에는 이게 직빵이었다!

 

급작스렇게 신호가 오더니 숙변을 아주 편하게 해결!!


울뻔했다 ㅠㅠ 감격스러워서 ㅠㅠ
친정엄마랑 남편한테 전화해서 드디어 해결했다고 소식전하고 ㅋㅋㅋㅋㅋ
이게 뭔일인가 싶다 ㅋㅋㅋ
몇주 내내 가족톡에 더러운 얘기만 하고
남편이나 친정가족들과의 안부 첫마디가 매일같이 "화장실 갔어?" 였으니 원ㅋㅋㅋ

 

 

 

#4. 끝나지 않을 전쟁 


그렇게 시원하게 해결한 이후로 변비가 싹 해결되었냐면 그건 또 아니다. 

화장실을 가는 횟수는 다시금 뜸해졌다.

하지만 이제 무식하게 손 놓고 있다가 미친 숙변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까진 ㅋㅋ

 

우선 매일같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계속하는 중이다.

유산균 챙겨 먹고, 산책 꼬박꼬박 하고, 물 많이 마시고...

그나마 먹히는 바나나, 고구마, 미역줄기, 양배추, 나물류들 챙겨먹고...

 

혹여 그렇게 1주일을 감감무소식이다 싶으면 푸룬주스를 아침 공복에 마셔준다.

그럼 강제해결(;)ㅋㅋㅋ

(푸룬주스는 만성이 생긴다 해서 급한 불 끄는 용도로만 마심)

 

철분제 먹으면 변비가 더 심해진다고 해서 18주에 시작하려던 걸 미루고 미뤄서

20주부터 먹고 있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 화장실에서 고생한 적은 없다.

최근 2주간은 푸룬주스도 안 마셨는데!!

행복행복ㅠㅠ

 

아무래도 최근 입덧이 좀 약해지면서 식사를 어느정도 하니까 특히나 더 좋아진 것 같지만

아무튼 방심하지 않고 신경써야겠다.

 

열무야 엄마 진짜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