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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반려조와 동거일기

앵무새도 외로움을 탄다.

#1. 앵무새는 사회성을 지닌 동물이다.

 

처음 조류원에서 피코를 데려올 때 조류원 아저씨가

"손노리개는 짝을 붙여주면 관상조 되어버리니까 혼자 키워야해요." 라고 충고했다.

 

흔히 얘기하는 손노리개(=애완조)는

일반적으로 사람 손을 타고 사람을 따르는 새를 일컫는 말이다.

(앵무새를 단순히 장난감 같이 취급하는 것 같다고 불쾌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애초에 그런 의미로 부른다기보다 보편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므로 확대해석 노노.)

관상조는 일반적인 새. 말 그대로 사람을 경계하고 자기들끼리 어울려

사람 입장에선 바라보기만 할 수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피코를 어두운 구석에 그렇게 홀로 두었었나 보다.

뭐 이제와서 아저씨의 방식에 대해 논하고 싶진 않다.

다만 직접 경험을 해보니 분명 아니다. 짝을 붙여줘도 사람 잘 따른다~

이것도 결국 새들 성격 나름이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피코

 

오히려 피코는 어릴때부터 그렇게 홀로 방치된 덕분에

사회성이 결여되고 더욱 소심하고 겁이 많다.

(가뜩이나 왕관앵무새들은 원래 겁이 많고 유독 소심하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다가오면 덜컥 겁이나서 마구마구 공격한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 같이.

그래서 결국 혼자 있고마는 피코를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2. 앵무새는 외롭다.

 

처음 앵무새를 키울 땐 저마다의 각오가 있을 것이다.

비단 앵무새 뿐만이 아니라 애완동물도 마찬가지.

많이 놀아줘야지, 평생 함께 해야지.

 

나만 바라봐!

 

그런데 엄연히 우리에겐 인간의 삶이란게 있다.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가거나, 친구들과 어울린다거나, 공부를 한다거나, 자기개발에 힘쓴다거나...

명절을 보내고, 축제를 즐기기도 하고, 쇼핑을 가기도 하고, 여행도 간다.

나에겐 부모가 있고, 형제자매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고, 스승과 제자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새장에 갇혀있는 저 아이에게는... 나 밖에 없다.

오직 내가 새장에서 꺼내주고 놀아주고 가르쳐주고 경험을 만들어주고

하루하루 삶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회성을 지닌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건 잔인한 행동이다...

 

자택근무를 한다거나,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집에 상주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집에 있는다고 해서 하루종일 새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하루에 두 세시간 새장에서 꺼내어 놀아주는게 최대일지도.

그렇다면 나머지 시간, 약 20시간을 앵무새들은 새장 속 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몸 단장을 하면서, 잠을 청해보면서, 새장에 달린 장난감을 툭툭 건드려 보면서...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보내도 더디게 흘러가는 하루.

횃대에 앉아 새장 밖을 쳐다보지만 매일 똑같은 네모난 방에서 적막만 느낄 뿐.

물론 지나치게 부정적인 상황으로 설정하긴 했지만 결코 이러한 경우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

 

지능이 2-3살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진 앵무새들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외로움도 느낀다.

어떻게 그걸 알아? 라고 한다면..

가볍게는 표정에서, 눈빛에서, 울부짖음에서 전해지고

심각할 경우엔 자해를 하기도 한다.(물론 자해의 원인은 많음)

 

 

#3. 반려조의 삶을 존중하자.

 

여건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아 할 수 없이 앵무새를 혼자 키워야 한다면

적어도 이러한 앵무새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많은 시간과 애정을 투자하여 아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한 앵무새 동호회에 가입하여 모임을 갖거나 앵무새를 데려갈 수 있는 앵무새 전용 샵에 방문하는 등

앵무새를 키우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가끔 만나면서

아이들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피코를 처음 키우게 되었을 땐 한 마리도 버거워 다른 새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데다가

지방이라 주위에 놀러 갈 수 있는 앵무새 샵도 없고, 모임도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아서

내가 피코의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그 땐 24시간 붙어 있을 수 있어서 피코와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피코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쿵.

 

하지만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피코를 혼자 두게 되니

피코가 말 수도 적어지고 애교도 점점 줄어들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멍하니 넋놓고 있는 일이 많아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정말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짝을 찾아 헤매다 토토를 데려왔다.

확실히 짝을 데려오면 쟤네들만의 삶이 생기고 나는 조금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관상조로 변한다 한들 

내가 사랑하는 새들이 즐겁게 살아간다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하는 마음이다.

 

여기가 좋아.

 

물론~ 아직도 피코와 토토는 여전히 내 손을 타고, 나를 찾고, 나와 논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얼마나 나를 반기는지! 안쓰럽고 미안하고 고맙고 감동적이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둘끼리 신나게 놀 때는 아무리 부르고 불러도 본 체 만 체.ㅋㅋ

사람도 똑같지 않은가? 자식들 다 키워놓으면 소용없다는 말 ㅋㅋ

출가하면 자기네들 가정 속에서 정신없이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를 몰라보지 않듯이

새들도 마찬가지.

 

토토야 나랑 놀자.

 

하지만 나는 얘네들의 삶을 의식하고 있고, 존중하고 싶다.

나만 재밌고, 나만 즐거운 애조생활이 아닌

반려조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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