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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반려조와 동거일기

앵무새 윙컷 하는 방법

#1. 날지 않는 새

 

우리 피코 토토를 지켜보던 지인들이 하나같이 묻는다.

"왜 쟤네는 날지 않고 걸어와?"

 

실제로 피코와 토토는 걸어다닌다. 뛰기도 한다.

날 때는 마음 급할 때 뿐이다.

이처럼 왜 날지 않고 걷느냐~하면,

주기적으로 윙컷을 해주기 때문이다.

 

윙컷? 윙컷이라.

선뜻 듣기에는 날개를 자른다는... 아주 섬뜩한 말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날개를 자르는게 아니고(아이고 잔인해라)

깃털을 다듬어서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윙컷이란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윙트리밍 혹은 윙클리핑이라고도 불리는데

난 윙컷윙컷 입에 붙어서 그냥 윙컷이라고 한다...ㅋ

 

윙컷한다고 해서 전혀 못 나는 것은 아니고

얼마나 많은 깃털을 잘라내느냐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피코와 토토는 평소엔 사람 허리 정도, 힘차게 날아오를 땐 사람 머리 정도까지 날아오른다.

또 바람을 타면 아주 멀~~리까지도 갈 수 있음을 직접 체험했다.

(이 때 영영 잃는 줄 알고 세상이 무너지는 줄...)

 

이렇게 실내에서 자라며, 윙컷을 해 온 새들은 긴박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그냥 두 발로 걷는 것에 더 익숙해져있다.

(왕관앵무새는 참새처럼 통통 뛰는 것이 아니라 다다다닥 걸어온다.)

 

 

 

#2. 윙컷의 필요성

 

사실, 날아야 할 새들이 뒤뚱뒤뚱 걸어오니

나도 참 그것이.. 매번 낯설고 어색하다. 어쩔 땐 조금 안쓰럽기도.

하지만 윙컷을 할 수 밖에 없다. 해야만 한다.

 

실내는 반려조들에게 매우 위험한 공간이다.

 

일단 공간적으로 범위가 제한적이다.

새들이 푸드득 날아오를 때 그 힘이나 속도는 생각보다 매우 크고 빠르다.

그렇게 힘차게 날아올라보지만 좁은 공간, 한정된 구조 안에서 새들은 어딘가에 쳐박기 일 쑤다.

집이 뻥~뚫린 100평 운동장이 아닌 이상... 날아봤자 얼마나 날아오르겠는가.

실제 새들이 집안에서 날아오르다 유리창에 부딪혀 쇼크로 죽는 사례들이 많다.

그리고 실내에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갑자기 아이가 푸드득 날아올라 가스레인지에 내려앉는다면?

장롱뒤로 넘어가 버린다면... ...?

 

윙컷을 한다고 하니 잔인하다어쩌다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자연속에서 활강하며 지지배배 어울리며 자유를 만끽해야할 새들을

강제로 인간 손에서 키우는 것, 이 자체보다 더 잔인한게 어딨겠는가.

집안 곳곳에 방치된 위협요소들로부터 반려조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윙컷은 꼭 해야만 한다.

 

실제로 한 번은 피코가 갑자기 무슨 소리에 놀랐는지 날아올라

집안에 들여놓은 빨래건조대로 향했는데

날개짓에 후두둑 떨어지는 빨래들에 발이 꼬여 그만 삐끗한 적이 있었다.

피코는 한 3일 동안 한 쪽 발을 절뚝거리며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시름시름 앓는 듯 했다.

다행이 완쾌했지만 그 동안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싶어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아! 윙컷하면 아프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 자란 깃털은 우리 손톱처럼 케라틴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적정 길이까지만 자른다면 아프지 않다.

또한 깃털은 사람 손톱이나 머리카락처럼 계속 이어 자라는게 아니라서

한 번 윙컷을 해 놓으면 그 깃털이 수명을 다해 뽑히고 새로운 깃이 날 때까지는 손 댈일이 없다. 

 

 

 

#3. 윙컷 하는 방법

 

새들의 날개 깃을 보면 크게 비행깃과 그 위를 덮고 있는 짧은 덮깃으로 나뉜다.

이 비행깃은

날아오르도록 하는 1차 비행깃과, 안전히 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2차 비행깃이 있다.

1차 비행깃은 날개 가장자리에 있는 깃털들이다.

 

윙컷은 1차 비행깃의 4-7장 정도를 덮깃 아래까지 자르는 것이다.

절대 덮깃 선을 넘어서서 자르지 않도록 한다. 자칫 아이들의 깃털에 이어진 혈관을 건드릴 수도.

 

 

분명 윙컷은 새들에게 매우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속전속결로 후다닥 해버리는 편이라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ㅋㅋ

가위도 날이 잘 드는 놈으로 청결을 유지.

 

 

#4. 주의 사항

 

가시깃을 자르지 않도록 한다. 출혈가능성이 있다.

양쪽 날개의 균형을 위해 대칭을 이루어 컷을 해주어야 한다.

어린 새가 비행을 제대로 터득하기 전에는 윙컷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너무 많이 잘라서 아예 못날도록 하면 안 된다.

윙컷은 못 날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새들은 윙컷을 하면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다.

가끔 스스로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기도.

 

그리고 가급적 초보자는 전문가에게 부탁, 의뢰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기껏 쌓아올렸던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

사람 손을 매우 타는 앵무새들은 뭐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피코와 토토가 지극히 일반적일거라는 가정 하에,

앵무새들은 날개를 포함한 몸덩어리 만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러니 윙컷할 때 몸부림치고 입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평소에는 무척 사이좋고 신뢰감 두텁게 쌓았다고 생각했던 반려조들이

피가 나도록 물어뜯고 반항해서 당황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난 우리 왕관이들과 3년을 넘게 지내서 그런가, 아님 얘네가 그냥 입질이 덜한 편 인건가

어지간해서 피가 날정도로 물지는 않지만

그 작은 몸부림에서 무서워하고 분노하는게 느껴진다.

그에 대한 방편으로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윙컷하라고 하는데

한 두번 해보니 영 불편하기도 하고, 오히려 더 무섭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판단...으로

그냥 손으로 얼굴을 감싸듯이 가리고서 윙컷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얘기하지만 , 윙컷했다고 해서 절대 못 나는 게 아니다.

피코는 높이 2-30cm를 유지한 채 약 100-200미터를 날아갔고

토토는 2층집에서 바람을 타고 활강하여 마을을 벗어나 큰도로로 나갈 뻔 했다.

아찔한 순간은 방심 속에서 언제나 대기 중.

 

 

 

#5. 윙컷 예시

 

내가 윙컷 시키는 방법은.

우선 아래 사진처럼 새의 머리가 내 쪽을 향하도록 보듬어

품에 안다시피 다리에 올린다.

 

 

 

 

가급적 가위와, 가위를 든 내 손, 가위로 깃털을 자르는 순간을 앵무새에게 안보여주는 것이 좋으므로.

왼손바닥으로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면서, 왼손가락으로는 윙컷할 날개를 가볍게 쥔다.

 

애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날개를 상당히 움츠리려고 할 것이다. (힘이 장난이 아님...)

날개를 더 자세히 펼치기 위해 오른손을 이용하여 깃을 넓게 펴고 자를 깃털을 정확히 한다.

넓게 편 깃털을 그대로 오른손으로 넘겨준다.

(애들이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서 발로 무엇이든 꽉 움켜쥐는데

그러다가 다칠까봐 나는 새끼손가락을 쥐도록 내어준다.)

 

 

 

 

왼손으로 넓게 펴진 깃털을 유지한 채

오른손으로 가위를 들어 컷.

피코는 4-5장이 적당한데, 토토는 몸이 너무 가볍고 힘이 좋아서 더 많이 잘라야한다.

그렇다고 너무 자를 수도 없으니 한 5-6장정도로.

 

 

 

나는 윙컷이 끝나면 바로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품에 안고

진정하도록 머리와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마침 깃털이 한 가닥씩 새로 자라서 비대칭이길래 겸사겸사

두 녀석들 전부 윙컷 하려니 정신이 없어 사진을 스킵했다. 쓰담쓰담하는 사진은 예전 것으로 대체.

보듬어 쓰담쓰담해주면 요로코롬 놀란가슴 진정시키고 살포시 눈도 감는다.

 

 

 

 

나도 초반에 조류원에 가서 윙컷을 부탁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뚝닥후다닥 해버리고 있다...

괜히 스스로가 대견하다.

 

하지만 그만큼 피코토토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쌓이는 것도 분명 있음 ㅠㅠ

휴 속상해도 할 수 없지.

 

윙컷 할 때마다, 몸부림 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피코, 토토 그리고 내가 함께 공존하면서

윙컷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

그런 최적의 환경이란게 있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시골에 커~~~다란 온실 새장을 지어 함께 살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