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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반려조와 동거일기

앵무새도 코피를 흘리는 걸까

어제 아침,

새장에서 꺼내어 주어 지들끼리 놀게 뒀다가 

잠시 새장에 다시 들여보내놓고서

나는 나대로 아침밥 먹고, 청소 잠깐 하고 왔는데

 

뭔가 기분이 싸하다.

 

딱 이런 느낌이 들때가 있다.

애들의 행동이 별다를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다른 느낌.

 

 

그래서 평소보다 더 가까이 새장에 얼굴을 들이대고 아이들을 살피며

"피코~ " 하는데 헉.

으아악!

피코 왼쪽 코에 빨간 피가 가득 고여있었다.

 

 

심장이 철렁!

침묵의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피코를 꺼냈다.

 

일단 피가 밖으로 흐르질 않고 코 안으로 고이는 게 문제가 될 것 같아

고여있는 피에 부드러운 휴지를 갖다대어 살짝 흡수시키고

피가 나는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자 피코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콧구멍 안이 온통 피범벅이니 상처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앵무새도 코피가 나나?

콧 속에 혈관이 있으려나?

아니 어떻게 피가나면 저렇게 한쪽 콧구멍에만 피가 가득차는 거지?

5년째 앵무새들을 키우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그 와중에 코 주변에 뭐가 달랑거림.... 왕관앵무새 발톱만한 크기로.

아 설마...

콧구멍의 일부가 어딘가에 긁혀

살갗(?)이 일어나면서 피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

 

달랑거리는 것 때문에 혹여나 피코가 발톱으로 코 주변을 긁어댈까봐

조심히 핀셋으로 잡아 떼어냈다.

거의 떨어지기 직전이어서 가볍게 떨어졌는데 생각보다 매우 딱딱했다.

예전에 샘플로 받아놓은 지혈제 퀵스톱을 그 부분에 톡톡 해주고 잠시 경과를 지켜봤다.

피가 멈추면 저 부위에 상처가 난게 맞는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가 계속 고이면 콧구멍 내부에서 피가 나는 거니까

병원을 가야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게 한 10여분 지켜보니

불행 중 다행으로 더는 피가 나지 않았다. 후... ....

 

당시에는 응급처치가 급해서 사진 찍을 경황이 없었고,

나중에 피가 굳고 피코도 안정을 취한 것 같아 사진 몇 장.

 

다친 콧구멍 찍으려는데 어찌 알고 고개를 휙 돌려버리네.

이 와중에, 우리 피코 눈 정말 크다...  >.<

 

 

문제의 콧구멍.

피가 굳어있는 상태. 자연 회복되길 바라며 피가 멈춘 이후에는 손대지 않고 있다.

 

 

반대쪽 코는 이렇게 깨끗하고 귀욤귀욤인데..ㅠㅠ

 

 

콧구멍 안에도 피가 굳어있다.ㅠㅠ

 

 

차라리 코 주변으로 피가 흘러내렸으면 좋았을 것을

콧구멍으로 흘러들어가 혹시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게다가 지혈제가 상처의 2차감염을 방지해준다고도 했는데.. 믿을만한건지.. 어떤건지..

병원을 데려가야할런지 어떨지...

고민이다.

예전에 병원 한 번 데려갔다가 너무 실망해서

다시는 병원에 안 데리고 가야지 했는데...

막상 이런 순간이 오면

나는 여전히 무지하고.. 방법이 없다......

보호자일 뿐 의사는 아니니까 ㅠㅠ 젠장 ㅠㅠ

 

그나마 빨리 알아차리고 고인 피를 빼내서 다행이기도 하고

피코가 재채기를 하거나 코 주변을 긁거나 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일단은 상처가 완전히 아물때까지 한동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앵무새들이 다치면 제일 걱정되는 게

쇼크가 오거나, 기력이 떨어져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건데

오늘까지 지켜본 바

밥 잘먹고 잘 노는 중. 휴... 일단 한숨 내려놓는다.

 

 

 

갑작스런 피코의 코피 때문에

새삼 경각심을 갖고

앵무새들이 다칠만한 요소가 있었는지 어쨌는지

새장 안을 꼼꼼히 살펴보았으나 여전히 다친 이유는 모르겠다.ㅠㅠ

겸사겸사 새장 청소도 싹 해주고...

애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곳도 훑어보고....

정리 싹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제오늘 내 심장이 솟구쳤다 떨어졌다 했네...ㅎㅎㅎ

얘들아, 건강하자!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