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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반려조와 동거일기

피코토토 최근 근황. 옷장에서 무슨 일이...

2012년 5월 처음 피코를 데려왔고, 그 해 마지막 즈음에 토토를 데려와 동거동락 한지 벌써 5년째가 되었다.

비록 포스팅은 하다말았지만 (삐질;) 여전히 함께 잘 지내고 있다.

 

피코와 토토는 서로 사랑하지는 않지만 친구이자 계약부부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

마음 같아서는 친구도 더 늘려주고, 2세도 맞이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장소나 여건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더 이상의 입양도 하지 않고, 둥지도 달아주지 않았다.

 

 

 

그동안 피코토토의 변화란게 있다면

 

피코는 좀 살이 빠졌다. 딱히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 먹는 양 자체가 줄었다.

갑작스런 체중감소도 아니고 원래 워낙 통통했던 것도 있으니, 감안하여 지켜보고 있다.

 

토토는 털이 좀 더 복실복실 많아졌고 아이컨텍을 꽤 하게 되었다.

처음에 데려왔을 때부터 겨드랑이쪽에 털이 제대로 나질 않아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 전체적으로 둘다 더 소심해지고 조용해지고 음침해졌다..ㅠㅠ

이건 분명 나의 잘못이다. 애들이 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어야 하는데... ...

워낙 나부터가 조용하고 정적이라 그런지 애들도 점점 변해갔다.

게다가 이 녀석들 나이가 하나 둘 많아질수록 의젓해지는 것도 있고.

 

같이 놀아주는 건 이제 긁긁이나 새로운 곳 탐험을 같이 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괜히 피코 어릴 때 모습을 생각하면 그립고 마음이 아프다.

마치 부모가 훌쩍 커버린 자식을 보며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왜이리 변했을까, 못내 서운해하고 그리워하고, 마냥 자기탓 같아 힘들어하는 마음이 이런걸까..

 

뭐, 그렇다고 축 쳐져있는 건 아니고

이 와중에 피코토토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고 있다.

아이들이 조용하고 소심하긴해도 여전히 호기심이 넘치고, 자기들만의 세상을 원츄하는 모습이 간간히 보이므로 

이 순간들 역시 굳이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삶 중의 한 면일뿐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중

 

(까만 유리창이 어두은 틈새(?)라고 생각하는지 저기만 가면 머리를 막 맞대고 요리조리 안을 유심히 봄ㅋㅋㅋㅋㅋ)

 

 

그저, 빨리 날씨가 따뜻해져서 자주 외출을 하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차있다.

결혼 후 새로운 집으로 이사오면서 환경이 바뀌기도 하고, 겨울이어서 온종일 실내에 있었더니

어찌나 애들이 더욱 의기소침하고 활동범위가 좁아졌는지 원.

여름아 와랏!!

 

이런 상황에 피코 토토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곳이 생겼다.

바로 안방의 간이옷장.

언제부터 무엇이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거기를 그렇게 가고 싶어하더라.

새장에서 꺼내주기만 하면 옷장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문 열어달라고 소리쳤다가 애교부렸다가 울었다가 난리도 아님.

 

옷장 상단에는 옷이 담겨있는 종이가방과 천가방 하나밖에 없어서

"에잇 옛다, 너네맘대로 한번 탐험하고 놀아봐라." 하고 가끔 올려주는데 둘이 아주 신나한다.

나도......이러면 안되지만.............

애들이 집에 사람이 아예 없으면 조용하게 있는데, 분명 인기척은 있으나 시야에 안 보이는 경우엔 엄청나게 울어댄다.

그래서 씻으러 간다거나, 베란다에 청소를 하러 간다거나 하면 애들이 어찌나 우는지 옆집 윗집에서 민원들어올까봐

마치 애기들한테 임시방편으로 텔레비전 틀어주고 달래듯이... 나도 옷장을 이용해 먹기도 한다.....

 

 

보통은 조금만 놀게 하고 이내 내려줘버리는데 하루는 포스팅 작성에 집중하느라 이삼십여분을 깜박하고 있었다.

문득 애들이 너무 조용한 것을 깨닫고는 이상하다싶어,

피코~토토~ 뭐해, 하며 다가갔더니

 

헉,

언제 이렇게 종이가방을 다 뜯어놨대.... ....

 

 

 

근데 가만... 토토?..

토토야?

너 설마 거기 창문이라고 뚫어놓은거야?

와 저 틈새로 보는 눈빛 ..소오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세는 안돼, 라고 했었지만 막상 애들한테 잔인한 것 같아 큰 맘 먹고 둥지를 만들어준 적도 있다.

근데 자기들이 무서워하고 관심도 없어하고... 그래놓고는....

이 집에와서 자기들이 마음에 쏙 드는 옷장을 둥지로 찜한 모양이다.

높기도 높고, 어두침침한 것이, 안락한 위치긴 하지.

내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저렇게 입구랑 창문까지 만들어가며 열심히 터를 잡을 줄이야 ㅋㅋㅋ

ㅋㅋㅋ 못 말리겠다.

 

저기를 둥지로 쓰면 안 되기 때문에 그날 이후 옷장은 피하고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며 놀아주는 중.

그래도 종종 옷장 앞으로가서 나의 "똑똑똑 하러 갈까" 이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옷장에 올려줄 때, 항상 먼저 똑똑똑 노크한 후 옷장을 열었더니 똑똑똑 이 단어를 아주 기가막히게 캐치함.)

ㅋㅋㅋㅋㅋㅋ 에휴.. 빨리 따뜻해져서 밖 세상 좀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