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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혼잣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문학적 내용과는 상관없음.

 

등하교, 출퇴근은 항상 도보 10분 거리! 를 외치던 나이기에

대전에 온지 10여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었는데

요즘 학원에 다니면서 매일매일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지 8개월 째.

안 타던 버스와 지하철을 타다보니 참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된다.

 

어르신들이 와도 앉아있는 젊은이들이 꿈쩍도 안한다.

뭐 공교롭게도 하필 그 버스에, 그 지하철에, 하필 그런 사람들만 타서 그런건가

양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중에는 개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째 그 버스에 양보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수 있는건지

심히 충격을(?) 받았다. 이 이상한 상황은 뭘까...

 

나도 교통사고로 인해 꼬리뼈와 허리가 불편해서 오래 서있기 힘들지만

한살 한살 먹으면서 점점 두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걸 느끼다보니

저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에 그냥 양보해드린다.

어찌되었든 내가 하루라도 더 젊으니까.

언젠가 자리를 양보해드린 할머님께서 혼잣말을 하셨다.

"아이고 다행이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고마우이."... ...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그 말이 왜 그렇게 낯설게 들리던지.

 

근데 더 이상한 것은

4-50대 어르신이 올라타면, 간혹 양보하지 않고 앉아있는 중고딩생들에게 눈치를 무진장 줄 때가 있는데

막상 7-80대 어르신이 올라타면 4-50대 어르신들은 미동도 않는다.

"누군가 일어나겠지. 더 젊은 애들이 양보하겠지." 뭐 그런 마인드려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당신들은 그런 도덕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듯한 표정... 아 이상하다.

일어나기 싫으면 휘청휘청 하는 할머님 잡아드리기라도 하던가

할머님 할아버님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몸을 못가누거나 말거나 나는 피곤하니 앉아서 가오...

 

우리 엄마였으면 벌써 양보했을 것이다. 어르신들을 보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난다고 하셨다.

남의 부모님도 내 부모님 같고... 남의 자식도 내 자식 같고. 우리 엄마 마인드다.

 

간혹 인터넷이나 SNS에서

그런 양보와 배려를 권리로 알고 되려 심하게 행동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사례들을 볼 때도 있다.

그런 괘씸하고 서운한 일에 크게 데이고 나면 양보하기 싫어진다는 수많은 댓글들.

나도 어느정도 그 감정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대처는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반대로, "요즘 어린 것들은 싸가지가 없어. 편하게 살아서 어려움을 몰라." 라는 비난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대를 자라나게 하고 이끌어가고 본보기가 되어주는 건, 기성세대.

버스에서 7-80대 할머님 할아버님이 타셨을 때 4-50대들이 죄다 주루룩 일어나

어르신 힘드시죠, 앉으세요. 라고 서로 양보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남들 다 안 하는데 내가 굳이 왜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왜

누군가 하겠지

내가 아니어도,

나만 아니면 돼...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남 탓하기 바쁜 이상한 마음가짐.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번외거나 예외거나 특별해진 이상한 상황들. 이상한 사람들.

그 속에서 간혹 혼란을 겪게된다.

진짜 되려 우리가 이상한 건가?

이게 정상인데 내가 이상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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