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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하동 십리벚꽃길지나 화개장터까지

저번 주말에는 시댁에, 이번 주말에는 친정에.

햇살이 따뜻해지고 날이 풀리니 부쩍 바빠졌다.

 

대전은 아직 쌀쌀하여 목련이나 겨우 얼굴을 들이밀지만

남쪽은 봄이 서둘러오니

이맘때쯤이면 벚꽃이 진작에 만개하여 여기저기 축제다.

 

가까이는 진주 진양호만 가도 벚꽃이 하늘을 뒤엎고

사천 선진리성도 기가막히고,

4월 1일이면 진해군항제도 시작되고,

남해 드라이브 코스도 멋있고... ...

 

어릴 때부터 남쪽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벚꽃놀이라하면 힘들이지 않아도 참으로 대단히 해왔는데,

타지와서부터는 만족스럽게 꽃구경 한 적이 없다.

여의도 벚꽃도, 동학사 벚꽃도 실망함..ㅠㅠ

심지어 작년에는 결혼준비로 혼이 빠져 꽃이 눈에 안들어오더니만,

 

올해 꽃구경은 어찌할까 괜히 두근거렸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진주내려갈게요~" 전화 드렸더니

왕비님이 동생들과 함께 하동 십리벚꽃길이 가고 싶다하신다.

그래, 올해는 하동에서 벚꽃구경 해볼까!

 

 

#1.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남쪽 벚꽃놀이 하러 갈 땐 새벽같이 움직여야 한다.

아니, 이건 어딜 가나 공통된 사항이지.

이~~이이일찍 움직여서 구경 다 끝내고, 남들이 막 몰려 오려는 때 떠나는 것이

심신에 가장 좋다.ㅎㅎㅎ

 

어릴 적, 한 발자국 만큼도 움직이지 않는 미친 정체를

한숨 푹푹 쉬는 아빠 등 뒤에서 뼈저리게 겪어보았기에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지만

새벽 5시에 출발하자는 왕비님 말씀에 크게 동의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ㅠㅠ

대전에서 진주 내려가니 이미 밤 11시가 훌쩍 넘었고, 이것저것 간단히 챙기고 나니 새벽 2시.

왕비님이 아침으로 재첩국을 사주시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놀러갈 땐 도시락이 없으면 섭하지. 김밥 싸야하는데...

잠을 잘 수나 있는건가..... ㅠㅠ

왕비님과 평화롭게 타협하여 오전7시 출발로 변경.

 

세시간 겨우 눈 붙이고, 벌떡 일어나 부랴부랴 김밥을 말았다.

김밥은 요즘 우리 부부가 즐겨먹는 "간편 돈가스 김밥"으로.

속재료 간단하게 당근+돈가스+깻잎+소스 끝! (맛있음)

과일도 좀 챙기고, 집안에 굴러다니던 과자도 주섬주섬 챙겨넣고,

씻으랴, 단장하랴, 짐 챙기랴, 시간이 왜이렇게 훌쩍 가는지

겨우 시간을 맞춰, 오전 7시 정각에 차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7시도 많이 늦다는 왕비님의 푸념아닌 푸념을 뒷통수에 맞아가며 ㅠㅠ

 

남편은 이런 벚꽃구경을 간 적이 없어서

우리들의 이런 허겁지겁 모양새가 처음에는 이해가 안갔던 모양인데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오는 도로 정체를 보고서야 아하!하고 큰 깨달음을 얻음.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출발하면 저렇게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구.

 

 

 

#2. 벚꽃 만개

 

아직 벚꽃길은 한참 멀었는데,

벌써부터 벚꽃연금 주인공인 '벚꽃엔딩'을 틀어놓고

다들 신이 나서 차안에서 들썩들썩ㅋㅋㅋㅋㅋㅋ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대체 벚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우리를 들뜨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긴 겨울 시리고 힘들게 보내며 기다리던 봄의 편지같은 것이리라.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한 시간 남짓 달려 하동에 다다르니

어느새부턴가 벚꽃 가로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벚꽃나무가 아직 황량해... ㅠㅠ

몽우리가 아직도 꽁꽁 움츠러들었다.

햇살이 잘 들고 따뜻한 곳에서나 몽실몽실 하얗게 피어있음.

 

매년마다 하동 십리벚꽃길을 지나다녀보신 왕비님

그 감동을 올해엔 꼭 딸들과 함께 느끼고 싶어 무척 기대하셨는데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벚꽃때문에 어지간히 속상해하심ㅋㅋㅋ

 

어떤 구역에선 "아이참, 벚꽃이 아직 안폈네. 이를 어째~~" 안타까움의 탄식이 흘러나오고

 

 

어떤 구역에선 "와~!!!!!!!!!!!!! 활짝 폈네. 와!!!!!!!!!!!!!!!! 와와~~~~~!!" 감동의 탄성이 흘러나오고 ㅋㅋㅋ

벚꽃 터널이 정말 아름다웠다.

 

 

실망과 감동의 교차가 연속되는 와중에, 그래도 하동 십리벚꽃길은 엄청나겠지 기대하며

달리고 달려 드디어 하동 십리벚꽃길이 눈 앞이다.

분명 한산했던 도로였는데 막상 십리벚꽃길에 접어드니 제법 차들이 줄을 지어섰다.

그런데 으잉.

 

벚꽃이 한 4-50% 겨우 피었다.

아무래도 산쪽으로 접어드는지라 벚꽃이 늦게 피는 모양이다.

오히려 하동에 접어들어 화개장터까지 가는 길에 벚꽃이 제일 많이 피었다.

 

 

포스팅하는 지금쯤에서야 활짝 피었겠지.

우리가 간 날은 좀 일렀나보다.

 

왕비님이 너무 아쉬워하셨다.

동생들에게

"너네들이 남.친.이.없.어. 이런 곳을 놀러 못오니까 형부 오는 김에 구경시켜주고 싶었단말야." 하며

팩트 폭력까지 행사하셨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벚꽃은 아직 봉오리만 망울망울..ㅠ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쌍계사 한번 들렀다 가려고 쌍계사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아니, 사람들 왜 이리 부지런한거야.........

아직 여덟시도 안됐는데 주차장이 전부 만차ㅠㅠ 유료주차장도 만차ㅠㅠ

2차선 비탈길에 꽉 막혀 진을 뺐더니

왕비님이 손을 휘휘 저으며 "그냥 돌아가자."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내려가는 길에 보니 큰 공영주차장이 있었음....  

아래 로드뷰처럼, 우회전하여 바로 쌍계사로 들어가지말고

빨간 화살표처럼 직진해서 왼쪽에 있는 커다란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는 걸 추천.

 

바로 요기요기 주차! 무료주차임! 짱넓음.

여기가 만약 꽉차면, 더 직진하여 큰 공터에 주차해도 될 것 같다.

 

주차장을 발견했지만...우린 이미 체념하고 돌아섰으니,

화개장터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쌍계사는 다음 기회에~

 

쌍계사에서 화개장터로 내려가는 길.

영호남광장 주차장으로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 길이 처음인 햄킴이 당황하여 얼떨결에 궁도장주차장 까지 내려왔다.

뭐 차라리 잘됐다. 주차할 때 스트레스 받는게 제일 싫어...

아~주 널찍하니 세상 편함.

 

 

그리고 이렇게 화개장터까지 데크로 이어져있다.

사부작 사부작 걸으며 산책하니 참 좋다.

저 푸른 하늘, 길게 늘어진 산등성이, 섬진강 줄기따라 무럭무럭 피어나는 풀내음.

주차장 멀리 왔다고 막 쏘아붙였는데... 걷다보니 오히려 탁월한 판단이라며 칭찬해 줌..ㅋㅋ 햄킴 잘했어요.

 

 

가는 길에 매화나무가 잔뜩 있었다. 매화 만개하였을 때도 참 예뻤겠다.

 

 

섬진강 따라 이루어져있는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트래킹하기에 너무 좋게 데크가 깔려있었다.

 

 

데크 따라 쭉 따라 걸어 오면, 저~기 장터국밥 옆길로 들어오게 된다.

 

 

진주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건만, 화개장터는 또 생전 처음이라 신기신기.

노랫말처럼

"있을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갖가지 농특산물과 먹거리들

 

 

으아닛.. 여기에 코코넛 주스가.... ....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외국인 같아보였는데, 실례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함 ㅋㅋㅋ

 

 

 

 

오호라 이게 벚굴이구나.

섬진강에서 서식하며, 1~4월이 제철.

원래 이름은 벙굴이었으나,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가 벚꽃같다하여 벚굴이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내산이라고 적어놨네.... 벚굴이 수입산도 있는가?

 

 

예쁜 도자기들도 팔고~ 작은 꽃나무들도 팔고~

 

 

 

 

구경하다 일 다보겠다. 일단 아침을 먹고 봐야겠다.

어디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다 비슷비슷할 것 같아, 그냥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들어갔다.

산채비빔밥+재첩국이랑, 재첩된장찌개 시켜봄. 보통 1인 8천원 정도.

 

그런데..

오 맙소사...

재첩에서 석유냄새 나고... 반찬은 완전 소금밭이고...

왕비님왈, 이 근처는 식당이 모두 형편없다고 하셨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무리 까탈스런 입맛이라곤 해도, 안 먹는거랑 못 먹는거랑은 차원이 다름..

차마 상호명 얘기할 수가 없다. 진짜 최악이었다. ㅠㅠ

재첩은 손도 대질 않았고, 밥만 대충 먹고 일어섬.

 

 

식사가 너무 충격적이었으니, 도너츠 하나 입에 물고 식후땡(?) 합시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타입의 도너츠는 아니었지만 햄킴은 아주 좋아라 했어..ㅋㅋㅋㅋㅋ

 

 

화개장터 화장실 옆 담벼락에 피어있는 벚꽃.

이제야 벚꽃을 제대로 찍어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예뻐라...

 

 

화개장터라고 조영남 아저씨 동상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쌩뚱맞게 덩그러니 놓여있다고 생각했는데, 

길 찾는 사람들에겐 그럴싸한 포토존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우르르 모여 사진을 찍고계셔서  멀찌감찌에서 한 컷 스틸해옴.. ㅋㅋ

그러고보니 조영남씨 요즘... 바쁘실텐데.... ㅎㅎㅎㅎㅎㅎㅎ

 

 

화개장터 내에서는 국내산만 판매한다는 현수막.

오... 정말인지 아닌지는 나야 잘 모르지만

이렇게 화개장터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꽤 좋아보였다.

아무래도 파는 상인들도 의식할 것이고, 찾는 사람들도 좀 더 믿을 수 있으니.

 

 

강변 데크 따라 오느라고 마지막에서야 보는 화개장터 정문.

 

 

화개장터라고 해서 뭔가 엄청나게 클거라고 생각했는데, 규모는 좀 작은 편~

쌍계사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들려볼만 한 정도다.

 

 

 

구경을 모두 끝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다가, 강변 둑길따라 개나리가 한창이길래

길가에 잠시 주차해놓고 사진 한 장씩 찍었다.

뭐가 그리 재미나서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지~

봄의 노오란 개나리처럼 한창인 이쁜 우리 동생들

 

 

 

파릇파릇해지면 정말 경관이겠다.

 

 

둑길 아래로 대나무 숲길이 있었는데,

계단 내려가기 귀찮아서 가위바위보 지는 사람이 대표로 사진에 담고오기.

그런데 꼭 먼저 제안한 사람이 걸리더라고.

막내와 무미니 당첨~

 

동생들이 찍어온 사진으로 보는 아름다운 섬진강.

 

 

막내의 작품.

왠지 생동감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바글바글 사람들 틈 속을 비집고 벚꽃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한적한 강변 둑에서 벚꽃나무 한 두그루 의지하여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네.

 

머리에 노란 개나리꽃 나비가 앉으셨소.ㅎㅎㅎㅎㅎㅎㅎ

 

 

마지막 컷 좋구요~

 

자 이제, 다음 코스

하동 최참판댁에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