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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하동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하동 십리벚꽃길 구경하고

화개장터에서 아침식사까지 하고 나니

아직도 오전이구나.

 

이제 뭘할까 어디갈까.

벌써 집에 가기는 아쉽고 이왕 여기까지 온거

주변에 갈만한 곳이 없나 보는데

왕비님이 최참판댁에 한번 가보자신다.

 

"최참판댁? 최참판댁이 누구집이오?"

"잉, 너 최참판댁 모르니? 토지에 나오는~"

"... ... 아, 토지...."

 

 

 

#1. 토지를 읽었어야 했는데.

 

25년에 걸쳐 완성된 대하소설, 박경리의 「토지」는

갑오동학 농민전쟁부터 일제의 식민지 해방까지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민족의 서사시라 할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학교도서부장을 하면서 토지 책표지야 수 없이 보고 만져봤지만,

정작 페이지를 넘겨본 적은 없다. 

사실 책 읽기보단 관리에 더 바빴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니 뭐 필독도서니 하는 거 딱 읽기 싫어하는 이상한 고집이 있기도 하고..

서고 정리할 때마다 흘깃 쳐다보면, 서고 한 칸 딱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왠지 꼬장꼬장한 대감님 같달까(???)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아! 친해질 수 없는 책이었어(????????)

 

이러한 이유로 여태 안 읽어봤건만,

소설 속의 최참판댁을 평사리에 재현해 놓았다고 하니

한번 구경해 보고 싶기는 하다.

 

섬진강 따라 이어진 도로타고 내려가다가 꺾어 조금만 들어가면 된다.

네비 찍으니 정확히 잘 안내 함.

위치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498

최참판댁 매표소 전화 : 055-880-2960

 

 

 

 

 

#2. 최참판댁 가는길

 

주차는 무료.

입장은 유료. 

 

 

 

매표소에서 최참판댁까지 조그마한 언덕으로 이어지는데,

서서방네, 김훈장네, 용이네 등등 팻말이 놓여있음.

토지 속 최참판댁을 비롯한 마을을 통째로 옮겨다 놓았다.

 

 

올라가는 길 심심치 않게, 이것저것 뭘 많이 팔고 있다.

 

 

먹거리도 있고,

 

 

카페도 있고, 식당도 있고.

 

 

꽃나무며 화분이며, 도자기도 팔고.

 

 

 

짤랑딸랑 고운 풍경과, 정겨운 고무신까지 ㅎㅎㅎ

 

전통공예품 파는 곳도 있었는데

인상은 깊었으나.... 가격이 꽤 비쌌어 ㅠㅠ

 

 

목련이 참 크고 예쁘게 피어있길래 목빠지게 한 번 올려다보고.

 

 

비록 인위적으로 조성한 세트장이나,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잘 어우러져 위화감이 없었다.

관광객들이 오다니는 길목 한 켠, 담벼락 그늘에 앉아

나물바구니를 끼고 한숨 돌리시는 할머니 모습이 왜그리 정겹던지. 

 

여기저기 늘어선 상점들이 고까울수도 있건만

이마저도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최참판댁 도착

 

매표소가 있던 초입에 있어야 할 안내판이 최참판댁 입구에 세워져 있다.

토지 내용을 모르는 터라 일단 줄거리 열심히 읽기.ㅋㅋㅋ

 

토지 줄거리  (출처 : 최참판댁 토지세트장)

경남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 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이야기에 옮겨진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 나가고, 신분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힌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죽이게 되고, 전염병의 발생과 대흉년, 조준구의 계략등으로 결국 최참판댁은 몰락하게 된다.

이후 최씨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인 최치수의 외동딸 서희는 길상과 조준구의 세력에 맞섰던 마을사람들과 함께 간도로 이주한다.

간도로 간 서희는 공노인의 도움으로 용정에서 큰 상인으로 성장하나, 함게 온 농민들은 외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희와 길상은 혼인을 하고, 일본의 밀정이 된 김두수와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가들의 대립 등이 펼쳐진다.

진주에 자리 잡은 서희는 공노인 등으로 하여금 평사리의 집과 땅을 조준구로부터 다시 되찾고...

평사리로 돌아온 서희가 별당 연못가를 거닐 때 일본이 패망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 위대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최참판댁은 드라마 토지를 비롯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해품달, 육룡이나르샤, 구르미, 사임당, 푸른바다의 전설 등등...

요즘 우리 부부가 꽂혀서 보고 있는 역적도 여기서~!!

오오! 장면 찾아봐야지!! 햄킴이랑 나랑 신남 ㅋㅋㅋ

 

 

탁 트인 전망, 드넓은 평사리 평야와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주주인 최참판댁을 참으로 잘 나타내 놓은 것 같다.

 

 

 

넓은 마당에는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다.

이런 거..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왕비님과 애들이랑 딱지치기 한판 붙음!

확실히 경력을 무시할 수 없나보다. 왕비님이 압도적으로 승리함 ㅎㅎㅎ

 

투호던지기도 왕비님의 압도적인 승 ㅋㅋㅋㅋㅋㅋㅋ

옛날에 피구왕이셨다는 왕비님... 역시 운동신경이 남다르군....

 

 

그 밖에 굴렁쇠, 제비차기도 있고,

아! 팽이돌리기도 있었는데 너무 어렵더라.. ㅠㅠ

보다못한 아저씨(?) 할아버지(?)께서 "아~ 왕년에 내가 팽이 좀 쳤지." 하며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열 번은 하셨나. 갑자기 팽이 탓 하며 에잇! 하고 가심..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한바탕 웃으며 실컷 놀았다.

 

 

 

#4. 드라마 속 장면 찾기

 

최참판댁에 들어서니

왕비님은 토지 드라마 회상하며 둘러보기 바쁘고

우리는 역적 드라마 회상하며 둘러보기 바쁘고

드라마 잘 안 보는 막내와 무미니는 그냥 따라 다니기 바쁘고... ㅋㅋㅋㅋㅋㅋ

뭐, 먼저 둘러보고 나중에 소설 읽어보면 되지~ 히히

오히려 소설이 생동감 있게 느껴질지도 몰라.

 

 

어쨌거나 우리는 역적 드라마 장면 찾기 시작!!

 

일단 이 마당(?) 음 익숙해.

 

역적에서 길현이가 길동이 찾아 산에서 마을로 막 뛰어내려와 찾던 장면!!

각도가  쬐끔 다르지만 이곳이어라~ ㅋㅋㅋ

 

 

최참판댁 중문채

가만있어봐...여기는...고민하는 그 순간,

햄킴이 "절구!" 하고 외쳤다.

 

아~ 그래! 역적에서 수학이가 길동이 심기를 건드려 절구가 날라오는 장면~!!!!

ㅋㅋㅋㅋㅋㅋ여보 우리 역적 참 열심히 봤나보우...

 

 

 

최참판댁 사랑채.

엇 여기는 !

 

수학이가 공부할 때 대신 길현이가 혼나던 곳...이기도 하고

시종이 팔려가던 장면에서도 나옴.

 

 

최참판댁 안채.

흐흐흐 여기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수학이 얼굴에 상처난 이유로 길동이 엄마가 회초리 맞으며 혼나는 장면.

 

이 밖에도 군데군데 드라마 속 장소들이 있었다. 재미져... ㅋㅋㅋ

 

최참판댁 뒷채, 담벼락 꽃이 참 예쁘다.

 

 

이 외에도 초당, 별당, 행랑채 등등 있음.

각 장소마다 연관 된 토지 드라마 장면이 설명되어 있었다.

왕비님 참 흥미롭게 보셨는데, 공감해 드릴 수 없어서 안타까움 ㅎㅎ 아잉 세대차이!

 

 

 

#5. 박경리 문학관

 

최참판댁 구경을 끝내고, 박경리 문학관으로 갔다.

볼게 있겠냐며 향했는데

오 괜찮았어...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크... 멋진 말이다. 나도 모르게 서너번 되뇌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자그마했다.

토지에 대한 여러 자료들,

박경리 작가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사진과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벽에 토지 소설 1부 부터 5부까지 부분부분 적혀있다.

한 구절구절 읽을 때마다 

토지 한 번 정독해볼까, 싶은 마음이 요동쳤다.

 

왕비님 정독 中...

 

우리 부부도 정독 中..

월선의 마지막 모습이었는데, 

담담하면서도 절절한 묘사에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그렁그렁.

 

 

방으로 들어간 용이는 월선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을 월선은 눈이 부신 듯 올려다본다.

"오실 줄 알았십니다."

월선이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산판 일 끝내고 왔다."

용이는 가만히 속삭이듯 말했다.

"야, 그럴 줄 알았십니다."

 

"임자."

얼굴 가까이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떤다. 머리칼에서부터 발끝까지 사시나무 떨듯 떨어댄다.

얼마 후 그 경련은 멎었다.

 

"임자."

"야."

"가만히,"

 

이불자락을 걷고 여자를 안아 무릎 위에 올린다. 쪽에서 가느다란 은비녀가 땅바닥에 떨어진다.

"내 몸이 찹제? "

"아니요."

 

"우리 많이 살았다 "

"야."

내려다보고 올려다본다. 눈만 살아 있다.

월선의 사지는 마치 새털같이 가볍게, 용이의 옷깃조차 잡을 힘이 없다.

 

"니 여한이 없제? "

"야, 없십니다. "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머리를 쓸어주고 주먹만큼 작아진 얼굴에서 턱을 쓸어주고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 눕힌다.

 

용이 돌아와서 이틀 밤을 지탱한 월선은 정월 초이튿날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

 

- 토지 8권 8장 사랑

   

 

 

 

 

모든 구경을 끝내고

조만간, 토지를 읽어보겠노라 다짐하며

사부작 사부작 걸어내려가는 길.

 

막내가 제법 그럴싸하게 카메라를 들고 있길래 한 컷.

 

 

오랜만에 문학정서 만끽하여 감정이 촉촉해졌는가.

담벼락 이름모를 잡초 꽃도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다음앱으로 꽃검색을 해보니 이름이 큰개불알풀 (Veronica persica) 이라고 한다. 이름 참.,..

새로이 불리는 봄까치꽃이 더 잘 어울린다.